2023.01.15 - [자기계발서] - 굿모닝 해빗, HIGH FIVE HABIT-2
컬러의 방은 색깔별로 관련된 역사, 사회, 브랜드등등의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색깔별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똑같은 얘기라도 흥미진진하고 무거운 얘기도 한층 가볍게 다가와 읽기 편하다.
특히 에르메스의 상징인 주황색이 사회적배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결정되었다니 아주 흥미진진하다.
<파랑의 방>
맑은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은 산란 현상 때문이다. 햇빛이 지구 대기에 부딪히면 대기 가스(주로 질소와 산소)의 전자와 양성자가 진동하게 되고, 뒤이어 빛의 산란 작용이 일어난다. 가시광선 스펙트럼에서 파란색은 빨간색보다 파장이 짧고 주파수가 높아 진동 속도가 더 빠른데, 이는 파란색이 산란이 더 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가 머리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파란색보다는 바이올렛 인디고가 산란이 훨씬 심하게 일어나지만 햇빛에는 파란색이 보라색보다 많고 인간의 도 보라색에 훨씬 덜 예민하다. 하늘이 파랗다가 지평선에 가까울수록 옅어지는 것은 경사광이 우리 머리 위의 빛보다 훨씬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스펙트럼의 모든 광자가 여러 차례 흩어지고, 파란색의 지배력을 약하게 만든다. 파란색 빛의 지배력이 감소하면 백색광의 양이 증가한다. 광원이 하늘의 가장 저점에 위치하는 해 질 무렵이면 파장이 더 긴 붉은빛과 노란빛이 파란빛보다 더 지배적으로 되는데, 이때 파란빛은 뿔뿔이 흩어져 사실상 희석 되다시피 한다.
<인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안료인 프러시안블루는 1704년 독일 화학자 야코프 디스바흐와 요한 콘라트 디펠이 우연히 개발한 것으로, 탄산칼륨을 사용하던 중에 동물성 기름이 섞여 화학적반응을 일으키면서 코치닐의 붉은색이 파란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최초의 현대적 합성 안료인 프러시안블루는 울트라마린보다 만들기도 훨씬 쉽고 가격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훨씬 저렴했다. 1724년경부터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처음에는 프로이센 궁정 예술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다가 곧이어 그 강렬한 색조에 이끌린 앙투안 바토와 프랑수아 부셰 등 수많은 화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호쿠사이의 상징적 목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색이 바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러시안 블루 색채가 가진 힘을 잘 보여준다.
<주황의 방>
네덜란드의 주황색 사랑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왕조 시절부터 시작됐다. 8세기, 기욤 드 겔론이 그의 사촌이자 정치적 협력자인 샤를마뉴로부터 현재 오랑주라 부르는 프로방스 마을을 하사 받고 오라녀 가문을 세웠다. 그는 793년 나르본에서 10만명의 무어군을 물리친 후 자신이 건립을 도운 수도원으로 물러났다. 이러한 독실함과 용맹함, 기사도 정신을 높이 사서 그는 성인으로 추대되었고 중세 프랑스 음유시인들이 노래하던 무훈시의 주인공이 되었다. 최초의 무훈시 중 하나가 그를 칭송하는<기욤의 노래>다. 1544년, 후계를 이을 사람이 없자 오라녀공이라는 직위는 나사우(현재는 독일 영토)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던 11살의 사촌 빌럼에게 넘어갔다. 그는 왕위를 상속받기 위해 가톨릭으로 개종해야 했는데, 당시 프로방스의 개신교도들은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1세의 명으로 인해 박해받고 있었다.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스페인의 왕인 카를 5세의 피후견인으로써 굉장한 신임을 얻은 빌럼은 1599년 카를의 아들 필리페 2세에 의해 스페인령 네덜란드의 총독으로 임명됐다. '오라녀의 빌럼'이 된 그는 네덜란드 독립운동을 이끌었고, 마침내 1648년 네덜란드를 독립시킨 최초의 지도자가 되었다. 공작기 즉 주황색, 흰색, 파란색이 가로로 그려진 삼색기는 빌럼을 상징한다고 여겨진다. 이 깃발은 빌럼이 암살되고 3년 후 1587년 네덜란드 해군의 공식 깃발이 되었고, 뉴욕시의 깃발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국기에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주황색 염료가 빨리 변색 하고 바다에서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 해상 무역 강국으로서는 심각한 단점이었다. 그리하여 1630년대에 주황색을 빨간색으로 변경했다. 결국 1937년, 빨간색, 흰색, 파란색의 삼색기가 네덜란드의 국기가 되었다.
주황색을 제품이나 브랜드에 사용한 경우도 많은데, 대표적으로 펭귄북스, 레코드 레이블 RCA, 슈퍼마켓 세인즈버리, 저가항공 이지젯, 플라이모 잔디 깍이 (1977년까지 파란색과 흰색을 사용했으나 정원사들의 눈에 더 잘 띈다는 이유로 주황색으로 바꿨다.), 미국 통신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던 시절, 다른색 상자를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주황색을 선택했다), 프린스턴대학(1928년부터), 과거 마이크로텔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던 거대 통신사 등이다. 1994년, 마이크로텔의 브랜드 컨설턴트인 울프 올린스는 색이 풍수와 관련 있다는 점에 착안해 회사의 슬로건'미래는 밝다, 미래는 오렌지다'에 딱 들어맞는 주황색 사각형 이미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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