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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컬러의 방-3

by 책 읽는 바오밥 나무 2023. 1. 30.

2023.01.15 - [자기계발서] - 굿모닝 해빗, HIGH FIVE HABIT-3

 

 

 컬러의 방은 색깔별로 관련된 역사, 사회, 브랜드등등의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색깔별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똑같은 얘기라도 흥미진진하고 무거운 얘기도 한층 가볍게 다가와 읽기 편하다. 퍼플이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 었던 사실, 초록이 사탄을 상징하는 등 각 색깔이 지난 역사에서 어떻게 상징되고 사용되었는지 보라의방과 초록의 방을 통해 살펴보자.

 

<보라의 방>

산업 공정을 통해 합성색소를 생산하게 된 것은 진정한 혁명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이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색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빅토리아 여왕이 모브를 선보인 바로 그해, 독일의 화학자들이 두 번 째 아닐린 염료, 밝은 빨간색인 푹신fuchsine를 생산했다. 마젠타라고 알려진 이 염료는 모브보다 제조 비용이 저렴했다. 1860년대 중반, 합성색소는 현대 화학 산업의 토대를 마련해주었고 패션에도 혁명을 일으켰다. 물론 난제도 일부 있었다. 영국의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는 이렇게 불평했다. "새로운 염료들은 색이 바래면서 온갖 종류의 꺼림칙한 검푸른색으로 변한다." 스코틀랜드의 직물 제조업자 제임스 모턴은 염료의 색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시험하기 위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둔 후 햇빛에 잘 버티는, 그의 표현으로는  '햇빛에 강한 염료'만 엄선해 팔았다. 이후 버버리와 같은 브랜드들이 이런 염료와 의상을 두고 '변색하지 않는다'고 마케팅을 펼쳤다. 사실 패션이 처한 더 큰 문제는 환경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긴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수질 오염의 5분의 1이 직물의 염색 및 처리에서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패션업계가 되도록 독성이 없으며 생분해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좋은 염료로 전환할 수록 인류에겐 훨씬 이득일 것이다.

 최초의 인조 색소인 이집션 블루가 기원전 2200년경에 발명되어 조각상, 도자기, 파라오의 무덤을 칠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그로부터 약 1400년 후 , 중국 장인들이 한 퍼플이라는 인조 색소를 창조했다. 한 퍼플이라는 이름은 이 염료가 널리 사용되던 한 왕조에서 땄으며, 노장 철학을 신봉하던 유리 장인들이 옥빛 유리를 완성하던 중에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원료를 정확한 비율로 간 다음 약 850~1000도로 가열하는 등 색소를 만드는 과정이 그리 쉽진 않았지만, 중국인들은 구슬을 염색하고, 벽화를 그리고, 진시황의 병마용을 칠하고도 나을 정도의 한 퍼플을 생산했다. 이 색은 기이하게도 220년경 한나라와 함께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으며, 애석하게도 진시황릉의 병마에 묻은 보라색은 대부분 발굴 후 산화되었다. 1992년 물리학자들이 한 퍼플의 제조 공식을 되살리다가 이 색소가 3차원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저술가 캐시 라이언은 <비전타임스>에서 이렇게 밝혔다. "극심한 추위나 강한 자기장에 노출되면 색소가 양자 임계점이라 불리는 상태로 바뀌며 수직적 차원을 상실한다. 이는 이 색소를 통과하는 빛의 파동이 오직 두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광물의 타일 같은 구조가 원인인 듯싶다.

 

<초록의 방>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알코올이 사망원인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곳에서는 폭음의 희생자를 두고 '녹색뱀에게 물려 죽었다'고 말한다.

 흔히들 사탄을 빨간색과 연결 짓지만 중세 후기에는 사탄의 배신을 종종 초록색으로 표현했다. 미하엘 파허의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악마의 서를 내미는 악마>에서 악마는 끈적끈적한 모습의 초록색으로 그려져 있다. 마치 20세기 대중 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히 발견되는 초록색 외계인의 원형 처럼 보인다. 미셸 파스투로는 초록색 악마가 12세기부터 이미 유럽 교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반감이 이슬람 군대가 초록색을 사용했던 사실을 반영한다고 추측한다.초록색과 악마와의 연관성은 제프리 초서의 '수사의 이야기'에 모티브가 되는데, 여기서 짧은 초록색 재킷을 입고 있는 자작농이 자신이 착취, 속임수, 폭력으로 생계를 꾸린다고 인정한 뒤,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악마다. 내 집은 지옥이다." 이 밖에도 용, 마녀, 바실리스크처럼 사탄과 관련된 수많은 존재의 전체나 일부분이 초록색으로 묘사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마거릿 해밀턴이 '사악한 서쪽 마녀'로 분장한 뒤로 초록색은 대중문화에서 마녀를 뜻하는 전형적인 색이 되었다. 그렇지만 바움의 소설에서 그는 흰 피부로 묘사된다. 초록색 나뭇잎은 중세부터 5월 의식의 주역이었지만 18세기 영국에서는 어린 굴뚝 청소부가 나뭇잎과 꽃을 뒤집어쓰고 '초록색 잭'으로 변장해 행사를 축하하며 군중으로부터 돈을 얻는 것이 풍습이 되었다. 이런 풍습은 1875년 굴뚝 청소법이 제정되어 아동의 노동을 금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선명하지만 변치 않는 초록색을 얻기 위한 난제는 수 세기 동안 화가들을 괴롭혀왔다. 1670년대에 네덜란드 화가 새뮤얼 반호흐스트라텐은 다음과 같이 불평했다. "빨간색이나 노란색만큼 훌륭한 초록색 염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녹토는 너무 힘이 없고, 스패니시 그린은 너무 조잡하며, 재는 내구성이 좋지 않다." 몇몇 예술가는 구리가 녹슬면서 생기는 초록색 화학물인 녹청에 의존했다. 하지만 녹청을 기반으로 한 염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의 노트에서 경고한 것처럼 세월이 지나면서 검게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빈치는 이렇게 적었다. "녹청에 알로에, 또는 담즙, 또는 강황을 섞으면 훌륭한 초록색이 된다. 사프란과 불에 태운 웅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시간에 검게 변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초록색은 1838년 파리의 물감 상인 파네티에가 산화크롬을 푸르스름하고 강렬한 초록색, 영어로는 비리디언인 '베르 에므로드'로 바꾸는 공식을 발견하면서 한결 얻기 쉬운 색이 되었다. 이 색은 동양에 정통한 화가 아드리앵 기녜가 1859년 자신만의 비리디언 레시피를 완성하고 특허를 낸 후 더욱 유명해졌다. 프러시안블루와 크롬옐로를 다양하게 혼합한 크롬그린은 저렴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인기를 끌었지만, 화가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다. 비리디언은 인상파 화가들로부터 열렬한 선택을 받았으며 세잔이 가장 좋아하는 색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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