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의 방>
1968년 11월 22일, 공식 제목은 '더 비틀스'이지만 보통 '화이트 앨범'이라 부르는 비틀스의 아홉 번째 정규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전 앨범이 사이키델릭한 걸작,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였기 때문에 존 레넌으로서는 다시 기본으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었다. 이러한 후속 앨범의 간결한 제목과 노래, 사운드에 반영되었다. 원래 앨범을 '인형의 집'이라 칭하려던 계획은 화가 리처드 해밀턴이 화이트 앨범 표지를 제시한 후 무산댔다. 해밀턴이 만든, 반으로 접힌 새하얀 표지는 피터 블레이크가 디자인한 이전 앨범 표지의 총천연색 화려함을 시각적으로 지워낸 것이었다. 초판본에는 표식이 딱 두 군데 있는데, 표지 우측에 흰색으로 새긴 'The Beatles'란 글자와 첫 200만 장까지만 우측 아래쪽 모서리에 새겨 넣은 일련번호다. 나중에 한 팬이 링고 스타가 개인 소장하고 있던 0000001번을 7만 9000달러에 구매했다.
2001년 당시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가 아이팟과 후속 제품에 '지독하게 중립적인'흰색을 제안하면서 흰색은 애플 컴퓨터의 특징 색이 되었다. 영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아이브의 주요 프로젝트 대부분이 흰색 플라스틱이었는데(1988년 오레이터라는 이름의 흰색 유선전화기로 디자인 상을 받은 전력도 있다.), 그는 흰색의 명료함이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에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이브가 처음 아크틱 화이트 키보드를 선보였을 때 그의 상사 스티브 잡스의 반응은 이랬다. "너무 별론데." 아마 컴퓨터는 때가 빨리 타기 때문에 흰색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아이브가 이끄는 팀은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한 끝에 흰색처럼 보일 정도로 아주 옅은 회색 스펙트럼을 개발했고, 그색들에 문 그레이,시쉘 그레이와 같은 멋진 이름을 붙였다. 2011년 10월 5일 잡스가 사망할 무렵, 흰색은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설립된 신사옥 애플 파크의 주된 색상이 되었다.
21세기 초반 애플은 흰색을 '가장 멋진 색'으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14년 컨슈머 리포트에서 포드의 디자인 팀장이 말한 것처럼 누군가는 흰색이 변화라곤 모르는 따분한 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애플이 새로운 트렌드를 진보시키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흰색 페인트는 빛과 열을 반사해 차를 더욱 시원하게 만든다. 신기술이 적용된 후로는 흰색 차들의 세세한 부분도 향상되었다. 경제적인 요소도 작용했다. 2008년 신용 위기와 이어진 경제 침체로 인해 자동차 구매자들이 보수적인 색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특히 흰색, 검은색, 회색, 은색과 같은 무채색 계열이 인기르 ㄹ끌었다. 게다가 흰색 차는 제조 비용이 가장 저렴하여 구매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2019년에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약 40퍼센트는 흰색이었다.
화이트 레이디는 진, 쿠앵트로나 트리플 섹, 신선한 레몬즙, 그리고 종종 계란 흰자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의 이름이다. 1919년 바텐더인 해리 멕켈혼이 런던의 시로스 클럽에서 처음 개발했다가 10년 뒤 뉴욕의 해리즈 바로 옮겨 레시피를 바꾸었다. 사보이 호텔의 '아케리칸 바'에서 해리 크래덕이라는 바텐더가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백색소음'이라는 용어는 대개 귀에 거슬리는 배경음을 가리키지만, 과학적으로는 동일한 양의 모든 가청 주파수를 포함하는 소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흰빛이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빛을 포함하는 것처럼, 백색소음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의 총합이다. 작가 메건 닐이 2016년 <<애틀랜틱>>에 기고한 것처럼, 가장 순수한 형태의 백색소음은 TV나 라디오를 사용되지 않는 주파수에 맞췄을 때 나는 '쉬쉬'하는 소리와 비슷하다. 음이 균일한 백색소음은 밤중에 잠을 깨우는 갑작스러운 소리 변화나 고르지 못한 소리를 가릴 수 있다. 그래서 보통 백색 소음기가 수면 보조 장치로 사용된다. 연구에 따르면 갈색 소음(주파수가 자주 바뀌어 저음이 더 강하게 들리는 것)도 숙면에 유용하다고 한다. 벨기에 음향 엔지니어 스테판 피전은 백색소음이 우리의 귀를 더욱 예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그저 '물 소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강마다 고유한 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겠어요. 전에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들려요. 전과는 다른 귀로 일상의 소리를 듣고 있지요."
컬러의 방은 색깔별로 관련된 역사, 사회, 브랜드등등의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색깔별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똑같은 얘기라도 흥미진진하고 무거운 얘기도 한층 가볍게 다가와 읽기 편하다.
흰색과 애플과의 관계, 흰색이어서 백색소음과 관련된 얘기를 풀어나가는 이 책의 흐름이 모두 흥미롭다.
2023.01.28 - [자기계발서]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RICH DAD POOR DA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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